뒷산, 2022
개는 망설임 없이 축축한 코를 나에게 비볐다. 측면에서 오는 습도가 아니었다. 친구와 나는 개를 흉내 냈다. 우리는 게으른 허리를 가진 게 분명하다고 탄식했다. 친구는 회복을 위해서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 중턱에 있는 절에 가서 백 여덟 번의 절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미 소리에 파묻혀 몸을 숙였다가 폈다. 떠오르는 얼굴들. 관계가 남긴 말에 화가 났다. 다음 번은 매미 소리를 시끄럽다고 생각한 걸 지우고 싶었다. 다음 번은 화가 멀리 달아나서 그걸 찾으러 다녀야 했다. 다음 번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왼쪽 발등을 간지럽히는 것들의 안위가 궁금했다. 다음, 그다음은
내가 빌린 풍경
사람들 나무와 개
나의 게으른 허리는 축축한 개의 코는 연결되었다. 어린아이의 해사한 눈망울은 슬피 우는 사람들의 눈시울과 연결될 것이다. 짜임새가 있는 옷. 한 코의 사연. 날이 쌀쌀해지면 이걸 어깨에 걸치면 된다.
내 옆을 떠난 친구는 이 산의 습도에 있다. 얼굴을 아는 개들이 지나간다. 어린 아이들이 저 멀리서 나뭇가지를 들고 임시적인 집을 지으러 온다. 나는 집이라면 햇빛이 드는 저 중앙이 좋겠다고 가리킨다.
ㅡ <거기에 있는 이들>을 지으면서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