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소설집에 냉장고가 잔, 잔, 잔, 잔, 돌아간다는 표 현이 나왔다. 그게 너무 좋아서 잔, 잔, 잔, 잔, 따라 읽었다. 오래 쓴 청소기가 부실해진 지 오래되었다. 며칠 전에는 어서 사망선고를 해달라는 듯이 먼지를 빨아들이지 않았다. 프, 프, 프, 프, 하고 소리냈다.
은색 테이프가 감겨 우리 집에 왔고 그게 터져 마스킹 테이프를 감아서 썼다. 이제 어쩔 도리가 없지만 프, , 프, , 프, 프, 하는 청소기를 버리지 못해 몸에 감는다. 청소기를 쳐다보고 있으 면 작은 집의 골격, 청소기 소음에 달아났던 고양이, 싱크대 하부장, 은은한 가난 같은 게 생각난다. 내 태곳적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