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우리의 몫, 2021
창문 밖을 쳐다본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이동하고 있다. 안산에서 중학교를 나온 나는 가끔 친구들과, 가족들과 버스를 타고 수원역에 놀러가곤 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차창 밖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분홍색 빛으로 감싸져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반짝거리는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사진기를 들어가게 되었다. 닫힌 공간이라고 부르고 청소년들을 막아서는 문장들이 걸려있었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이 그곳에 연루되고 있었다. 동행한 활동가는 나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 그들의 강한 의지 뒤에는 너무도 오래 묵은 피로감이 보였다. 여성에게 동등한 시각을 갖고 동등한 인권과 주체성을 누릴 자유를 달라는 것이 왜 아직도 투쟁의 사유가 되어야하는 것인지, 이 피로도를 왜 이들이 떠안고 있어야하는 것인지 의아했다.
촬영을 시작하는데 그곳에 남겨진 사물들이 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자양강장제, 소세지, 타이머, 콘돔과 방향제. 무엇을 보아야 했을까. 이곳의 현실을 담고자 사진을 열심히 찍었으나 나중에는 맹렬한 허무함을 느꼈다. 이곳이 불빛으로. 더는 이곳을 불빛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했다. 더는 이곳을 자신과 관계 없는 다른 세계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풍경을 가끔 내 몫이 아니라는 듯 멀찍이 바라보게 되지만 우리가 풍경으로써, 그 일부로써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되지 않을까. 이곳에는 몇 달 내로 건물이 천연덕스럽게 올라올 것이다. 나는 인간보다 자본을 중시하는 이 건물의 생장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끝끝내 이해하거나 굴복하고 싶지 않다.
이제 우려되는 것은 이 여성들은 또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회복하는가- 이다. 철거 당일날까지도 철거 사실을 몰랐던 여성들, 다른 형태의 성매매 집결지로 이동하는 여성들. 우리는 손쉽게 이것이 노동이냐 아니냐 떠들어대지만, 이곳은 누군가가 현재, 생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한 단어로 호명하는 일도 당연히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회복과 자립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일과 수순들이 있다.
나는 반짝거리는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했었다.
ㅡ2021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전시 <여기-잇다>를 참여하고 쓴 글,
<번역의 말>은 청소년 시기에 성매매 집결지에서 생활한 몬순(가명)과 집결지의 시간을 이야기 나눈 인터뷰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