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의자를 위하여



비행기를 타면 공기가 나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어요. 먹먹한 귀를 뚫기 위해서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해요. 코를 잡는다거나 억지로 하품을 한다거나. 감각이 여전하다는 걸 확인하는 것 같아요. 내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눈먼 사람이 되는 꿈을 꿔요. 그 꿈에서 나는 대체로 서럽게 울고 있어요. / 도착했어요. / 누군가와 왔지만 그 사람이 안 보일 때가 있어요. 숨바꼭질하다가 없어진 술래를 아나요. 나는 그 술래를 좋아했어요. 유람이 아닌 것은 여행이라고 부를 수 없나요. / (…) / 오래 걷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어요. 나는 보폭이 없어요. 없던 걸까요. 내딛는 발을 미워하면 자꾸만 앉게 돼요. 그거 아나요. 앉은뱅이들끼리는 키 재는 걸 좋아한답니다. / 일어나요. / 이곳은 처음이에요. 처연함이 이끼처럼 달라붙어있고 사람들은 내게 사과했어요. 그럴수록 나는 더욱 무심했어요. 저기 휘어진 나무를 봐요. 한 많은 곳의 나무는 저렇게 휜대요. 바람이 닿는 곳에는 일이 많아요. / 흐르니까요. / 흐른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의자는 왜 가져왔어요? / 나도 잘 모르겠어요. / 헤프고 싶은 건가요? /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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